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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와 교육

사내강사 양성 프로그램, 실무자를 강사로 키우는 법

by 빅랫츠 2026. 9. 28.

우수한 실무자를 강사로 세웠는데 왜 설득력이 떨어질까요? 4단계 역량모델과 암묵지·형식지 이론으로 원인을 짚고, TTT 5단계 설계법과 '개-예-실' 프레임워크를 가상 사례(만족도 37.5%↑, 이해도 45.9%↑)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4단계 역량모델과 암묵지·형식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내강사 양성(TTT) 프로그램 설계 방법을 설명하는 HRD 콘텐츠 대표 이미지

교육담당자가 사내강사를 세울 때 가장 흔히 쓰는 기준은 "이 업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다. 해당 직무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실무 에이스를 강사로 세팅하면, 강의 내용에 오류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데 실제로 강의를 진행해보면 예상과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강의 내용에는 흠잡을 데가 없는데, 학습자들의 눈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떠 있다. 설명은 전문적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교육생의 이해도도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베테랑 강사는 "그냥 하다 보면 감이 온다"는 답변 이상을 내놓지 못한다. 우수한 실무자를 강사로 세웠지만 설명의 설득력과 이해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 경험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일을 잘하는 능력과 가르치는 능력은 서로 다른 역량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왜 뛰어난 실무자가 설명에서는 막히는지를 이론적으로 짚어보고, 이 간극을 메우는 실무 강사 양성(TTT, Train The Trainer) 프로그램의 설계 방법을 정리한다.

1. 왜 잘하는 사람이 설명은 못할까: 4단계 역량모델

교육학에서 널리 쓰이는 4단계 역량모델(Four Stages of Competence)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아래 네 단계로 설명한다.

  • 무의식적 무능(Unconscious Incompetence):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단계
  • 의식적 무능(Conscious Incompetence):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고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
  • 의식적 유능(Conscious Competence):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잘 수행할 수 있는 단계
  • 무의식적 유능(Unconscious Competence):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잘 수행하는 단계

경력이 오래된 실무자는 대부분 마지막 단계, 무의식적 유능 단계에 도달해 있다. 이 단계의 특징은 수행 능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그 수행을 구성하는 세부 단계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페달을 밟는 힘, 핸들을 꺾는 각도, 무게중심 이동을 하나하나 의식했지만, 숙련된 이후에는 이 모든 과정이 무의식 영역으로 넘어가 "그냥 타면 된다"고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감이 온다"는 표현은 게으른 설명이 아니라, 무의식적 유능 단계에 도달한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정확한 심리 상태다. 문제는 학습자는 아직 의식적 무능 단계에 있는데, 강사가 무의식적 유능 단계의 언어로 설명하면 그 사이에 있는 두 단계(의식적 무능→의식적 유능)로 이어지는 다리가 통째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2. 이 현상에 이름 붙이기: 지식의 저주와 암묵지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는 좀 더 대중적인 용어로도 설명된다. 무언가를 알게 된 이후에는 그것을 몰랐던 상태로 돌아가 상상하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인지적 편향을 가리킨다. 베테랑 강사는 학습자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는 당연한 전제를 건너뛰고 설명을 시작하게 된다.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Michael Polanyi)는 이런 지식을 암묵지(Tacit Knowledge)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암묵지는 언어로 명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몸에 익은 감각적 지식을 말한다. 반대로 매뉴얼이나 교재처럼 문서로 정리되어 전달 가능한 지식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라 부른다. 베테랑 실무자의 노하우 대부분은 암묵지 상태로 머물러 있으며, 강의의 본질은 결국 이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작업, 즉 외부화(Externalization)다. 경영학자 노나카 이쿠지로(Nonaka)의 지식전환 모델(SECI 모델)에서도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외부화 단계를 조직 지식 확산의 핵심 관문으로 강조한다. 문제는 이 외부화 과정 자체가 별도의 훈련이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이다. 실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외부화 능력까지 자동으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3. "일을 잘한다"와 "가르친다"는 서로 다른 KSA다

9번 글에서 다룬 KSA(지식·기술·태도) 틀을 이 문제에 적용하면 구조가 더 명확해진다.

구분 직무 수행 역량 교수(가르치는) 역량
지식(K) 해당 직무의 절차와 원리 학습자의 사전지식 수준을 가늠하는 능력
기술(S) 문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판단력 내용을 단계별로 쪼개고 질문을 설계하는 기술
태도(A) 정확성과 책임감 학습자의 침묵과 실수를 기다려주는 인내

이 표가 보여주는 핵심은, 두 역량이 서로 배타적이지는 않지만 완전히 다른 훈련 경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처음 겪으셨던 것처럼 실무 역량이 상위권인 사람이 교수 역량에서는 하위권일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내강사 선발 기준을 실무 역량 하나로만 설계하면, 이 표의 오른쪽 열은 애초에 확인조차 되지 않은 채 강의가 시작되는 셈이다.

4. 사내강사 선발 매트릭스: 두 축으로 나누어 보기

선발 단계에서부터 두 역량을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교수역량 낮음                교수역량 높음

실무역량 높음 [2순위] [1순위] TTT 집중 투자 후 강사 활용 즉시 강사 활용 가능

실무역량 낮음 [배제] [3순위] 강사 부적합 보조강사·퍼실리테이터로 활용

1순위(실무·교수 모두 높음)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 흔치 않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것은 2순위, 즉 실무 역량은 뛰어나지만 교수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원이다. 이런 인원을 강사로 세우기 전에 반드시 TTT(Train The Trainer) 과정을 거쳐 오른쪽 칸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이 사전 검증 절차 없이 곧바로 강단에 세우는 것이 바로 말씀하신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5. TTT(Train The Trainer) 설계 5단계

TTT는 실무자를 강사로 전환하는 표준 절차다. 3번 글에서 다룬 ADDIE 원리를 교수법 훈련에 맞게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기 지식의 구조화(암묵지의 외부화): 본인이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스스로에게 "왜?"를 5번 반복해 질문하며,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던 절차를 의식적인 단계로 다시 쪼개본다. 이 훈련만으로도 상당수의 베테랑이 "내가 이렇게 많은 판단을 하고 있었구나"라며 스스로 놀라는 경험을 한다.

② 학습자 관점 시뮬레이션: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신입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거나 실제 신입 직원을 인터뷰해 "무엇이 가장 헷갈렸는지"를 먼저 수집한다.

③ 설명 구조화 및 교안 설계: 아래 6절에서 소개할 표준 프레임워크에 따라 내용을 재구성한다.

④ 마이크로티칭(Micro-teaching) 실습: 짧은 5~10분 분량의 강의를 동료 앞에서 시연하고, 그 장면을 촬영해 다시 확인한다. 이 훈련은 21번 글에서 다룬 마이크로러닝의 원리를 강사 육성에도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짧은 단위로 반복 연습해야 개선 지점이 명확해진다.

⑤ 실전 코티칭(Co-teaching): 처음 몇 회차는 경험 있는 기존 강사와 함께 진행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이후 점진적으로 단독 강의로 전환한다.

6. 설명을 구조화하는 표준 프레임워크: 개념-예시-실습(개-예-실)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작업을 실제 교안 설계에 적용할 때 가장 효과적인 표준 구조가 '개념 → 예시 → 실습(개-예-실)' 3단계다.

[1단계: 개념 정의] 왜 이 작업이 필요한지, 핵심 원리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
[2단계: 실패/성공 예시] 실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나쁜 사례와 성공 사례를 대조하여 보여준다. ↓
[3단계: 실습 및 적용] 학습자가 직접 손을 대어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보게 한다.

대부분의 실패한 사내강의는 1단계 개념만 길게 설명하거나, 2단계 예시 없이 3단계 실습으로 건너뛰어 학습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3단계 사이클이 15~20분 단위로 반복되도록 교안을 짜야 지식의 저주를 깰 수 있다.

7. 좋은 설명 vs 나쁜 설명: 실제 대화 비교

나쁜 설명(암묵지 그대로): "이 부분은 그냥 감으로 압력을 조절하면 됩니다. 하다 보면 느낌이 와요."

좋은 설명(형식지로 외부화): "먼저 게이지가 3bar 이하로 떨어지는지 확인하세요. 그 상태에서 밸브를 반 바퀴만 돌리고, 3초간 소리 변화를 들어보세요. 소리가 낮아지면 정상이고, 그대로면 밸브를 완전히 닫고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두 번째 설명은 베테랑의 무의식적 판단 기준(게이지 수치, 조작 각도, 청각적 신호)을 구체적인 관찰 지표로 쪼개어 전달한다. TTT의 핵심 훈련은 바로 이런 전환을 반복적으로 연습시키는 것이다.

8. 사내강사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 3가지

① 모든 내용을 넣으려 한다: 전문가일수록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많다. 그러나 교육생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정보가 아니라 현장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할 핵심이다. 내용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알면 도움이 되는 것', '참고자료로 제공할 것'으로 분류해 첫 번째만 오프라인에서 다루고 나머지는 자료로 분리한다.

② 전문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현업에서는 익숙한 용어라도 초보자에게는 새로운 언어일 수 있다. 용어를 사용할 때는 '용어의 뜻 → 현업에서 사용되는 상황 → 기억하기 쉬운 예시'의 세 단계로 설명해야 한다.

③ 질문이 없으면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교육생이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이해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일 수 있다. "질문 있나요?"라고 묻는 대신 "방금 설명한 내용을 동료에게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하겠습니까?"처럼 확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9. 사내강사 제도를 지속시키는 운영장치

11번 글에서 언급했듯, 사내강사에게 강의료 몇만 원을 더 얹어주는 것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지속되지 않는다. 제도가 안착하려면 다음 장치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

  • 업무 공백의 공식적 인정: 강의 준비와 진행 시간을 '개인 희생'이 아닌 '공식 업무'로 인정하고 부서장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 사내 인증 및 보상 체계: 사내강사 위촉장 수여, 인사평가 가점 등 공식적인 인정을 부여한다.
  • 교안 개발 지원: 교육담당자가 표준 템플릿과 퀴즈 제작(17·19번 글의 AI 활용)을 지원해 강사의 준비 부담을 덜어준다.
  • 주기적 재교육: TTT는 1회성 이수로 끝나지 않는다. 마이크로티칭 결과를 주기적으로 재점검해야 기법이 무뎌지지 않는다.

10. 가상 사례: 선발 기준을 바꾼 전후 비교

가상의 중공업 기업 (주)해강중공업은 용접·설비 공정 분야의 사내강사 15명을 매년 "숙련도 상위 20%"라는 실무 역량 단일 기준으로만 선발해왔다. 그러나 신입 교육 만족도와 이해도 테스트 결과가 지속적으로 낮게 나오자, 5절의 TTT 5단계(40시간 과정)를 도입하고 선발 기준에 교수역량 평가를 추가했다.

항목 개편 전(실무역량 단일 기준) 개편 후(TTT 이수 필수)
선발 기준 실무 숙련도 100% 실무 숙련도 50% + 교수역량 평가 50%
강사 준비시간(TTT 과정) 0시간 40시간
교육 만족도(5점) 3.2 4.4
이해도 테스트 통과율(1개월 후) 61% 89%
신입 현장 초기 오작동 신고 건수(분기) 18건 9건

TTT 40시간이라는 추가 투입에도, 교육 만족도는 3.2점에서 4.4점으로 37.5% 상승했고, 이해도 테스트 통과율은 61%에서 89%로 45.9% 향상되었다. 특히 신입 현장의 초기 오작동 신고 건수가 분기 18건에서 9건으로 절반(50.0%)으로 줄어든 것은, 강사가 자신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해 전달한 결과가 실제 현장 안전으로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11. 실무 적용 체크리스트

  • 사내강사 선발 기준에 실무역량과 교수역량이 별도 항목으로 존재하는가
  • 후보자가 자신의 업무 절차를 의식적으로 재구조화(외부화)하는 훈련을 거쳤는가
  • 교안이 '개념-예시-실습'의 3단계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가
  • "감이 온다"는 식의 설명이 구체적인 관찰 지표로 바뀌었는지 확인했는가
  • 마이크로티칭처럼 짧은 단위로 실전 연습과 피드백을 반복할 기회가 있는가
  • 신입 강사가 코티칭을 통해 점진적으로 단독 강의로 전환하는 절차가 있는가
  • 강사 역할에 대한 공식적인 보상과 인정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가

12. 정리

우수한 실무자가 설명에서 막히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의식적 유능 단계에 도달한 지식이 암묵지 형태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사내강사 양성의 핵심은 이 암묵지를 형식지로 전환하는 외부화 훈련, 즉 TTT 과정을 선발과 배치 사이에 반드시 끼워 넣는 것이다. 실무역량만으로 강사를 세우는 관행에서 벗어나 교수역량을 별도로 검증하고 훈련하는 절차를 갖추면, 22번 글에서 다룬 오프라인 워크숍의 품질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육성된 역량을 1:1 관계 안에서 전수하는 방식, 멘토링 프로그램이 왜 작심삼일로 끝나는지를 살펴본다.